내가 있어야 할 자리


난 불편한 것이 생기면(혹은 마음에 불만이 쌓일 때면) '이게 어떤 의미고, 징조일까?'를 생각해보는 편이다. 
왜 불편한 건지, 왜 불만스러운 건지, 궁극적으로 머리 속에서 정리가 되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언어로 명확하게 정리가 되어야만 결국 마음이 편안해진다. 

물론 가장 먼저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가장 쉽게 처방하는 방법은 맛있는 것을 먹으러 멀리까지 원정을 간다. 가장 손쉽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주변을 산책해보는 것이다. 그리 큰 문제가 아닐 때는 대부분 이런 방법으로 해소가 된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을 대하고도, 자연 속에서 즐겁게 걸어봐도 계속 마음에서 해결이 되지 않는 게 있으면 '무엇이 문제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기분좋게 나들이를 나가도 영 마음이 안 돌려질 때는 주저앉아 생각한다. 

1. 내가 문제인가? - 내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걸 나는 제일 싫어한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나 사이에 어떤  부조화가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여기에 맞나. "안주하지 말라"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라"고 마음 깊은 곳에서 '불편, 불만'이라는 형태로 내게 메시지를 보내는 건 아닌가? 언제나 '문제'는 내게 좋은 숙제를 내주곤 했는데, 이번 숙제는 특히 나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끄려고 어려운 것은 아닐까. 어떻게 풀어야 이 숙제를 잘 풀 수 있을까.

1-1. 나는 문제를 잘 풀만큼 준비가 되어 있나. 내가 몸과 마음의 여유가 있나. 내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나의 주관성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2.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과 환경이 문제인가? - 인간이 만든 시스템과 상황이라는 것은 언제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생동감있게 자신의 가치관과 창의성을 드러낼만한 상황이 되나? 나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은 지금 나에게 걸맞은 옷인가?

3. 단지 나의 욕구 불만의 문제란 말인가? 슬럼프인가? - 최근 어떤 사람이 나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아이랑 어른의 차이가 있을까?"라며. 아이들이 배 고프고 잠이 오면 울고 짜증내듯이, 어른들도 짜증이 몹시 나고 어떤 상황에 화가 나서 상대방들과 싸우고 하지만 실은 그럴 때 울거나, 자거나, 먹거나 하면 화가 곧 풀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작 우리의 문제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나 또한 오늘 기분에 너무 좌우되지 말고, 생각을 접고 맛있는 거 먹고, 쿨쿨 자고 일어나면 해결될 일인가?

4. 결론 : 변화가 와야 할 징조이긴 한데... - 이 모든 항목에 체크를 해봐도 생각과 감정이 반복되는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어디서든 변화가 와야 한다. 변화를 주어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든, 자기를 둘러싼 환경에서든. 물론 욕구불만은 빨리 해소를 하고, 건강한 상태에서 자신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체크를 해봐야 겠지만. 

생각을 거듭거듭 해보지만, 어쨌든 결론은 '변화'이다. 나뿐 아니라 나를 둘러싼 상황과 환경들. 분명 어딘가가 막혀 있다. 출구가 아득하다.  

그러나 지난주 아침에 일어나 산행을 하고, 오늘 잠시 걸으면서 영감을 얻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었다. 자신감과 창조적인 아이디어.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숲 속을 같이 동행한 친구에게 말했더니, 친구는 거기에 아이디어를 덧붙였다. 희미하게나마 가야할 길을 제시됐다.

그러나 아직은 너무도 희미하여, 답답하긴 매한가지만, 출구가 없지 않다는 확신을 분명히 얻었다.

실마리는 얻었으니, 시작이 반이다.
이후 아이디어를 더욱 섬세하고 치밀하게, 또 풍부하게 채워나가야만 현실에서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곧 모든 것이 사라질테니.

여전히 답답한 마음이지만... 그래도...여느 때와는 다르다.
마음 속의 불편함과 불만이,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아이디어가 현실가능한 계획으로, 계획이 현실로. 

새로운 현실을 낳고, 그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새로이 배워나갈 나 자신을 상상하며, 오늘의 고민은 이만. 할 일이 산더미다.

*그림은 일다 박상은의 그림, 제목은 [뜨개질]. 언제 봐도 화창한 봄날, 마음이 부푼다.

   

by 오리올 | 2009/04/29 22:05 | 스토리텔링 | 트랙백 | 덧글(1)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