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partner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다 올라갔는데도 일어나질 못했다.
눈물이 마르지 않았기에.

워낭소리가 개봉했다는 소식에 맞춰 '영화 보자'며 연락해온 언니와 극장을 나와서,
술 한잔 하자며 앉은 자리에서도 보고 난 후  감상을 서로 얘기해야 하는데, 그때까지도 가슴이 먹먹해 어떤 말도 쉬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40년. 40년이라. 긴 시간이다. 세 식구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함께 지내고, 일해온 시간. 평생 흙만 파먹고 산 두 농부에게 소는 자식보다 더한 존재였다. 그들의 관계란 인간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묵중하고 깊은 것이 있었다. 소와 인간의 관계.
농업이 주를 이루었던 이 땅에서 일하는 소와 농부와 땅의 관계. 이제는 그런 관계를 찾아볼 수 없다. 사료 먹여 빨리빨리 키워서 내다 팔아 이윤을 남기면 그만인 관계. 이제 우리에게 소는 고기일뿐이다. 
이제 농촌에서도 이런 농부는 없고, 우시장에 가더라도 일하는 소를 구할 수 없다.
그들에게 남겨진 운명. 소는 40년이란 긴 인연을 뒤로 하고, 좋은 곳으로 떠났다.

이 영화의 잊을 수 없는 몇 장면이 스틸 사진처럼 머릿속에 남는다.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의, 이 땅의 유전자를 타고 나서 그럴까. 잘 다듬어진 영화라서 그런 걸까. 영화에서 받은 감흥이 마치 몸이 박힌 것처럼 더덕더덕 붙어사는 것만 같은 며칠이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싶다. 

by 오리올 | 2009/01/19 02:08 | 그날 그때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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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ay at 2009/01/20 17:54
스틸사진만 봐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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