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07일
별 헤는 밤


-중국 용정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생가(위)
-명동교회.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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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오기를 기다렸다.
추위는 질색인지라 언제나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는 것을,
싱그러운 여름 아침을 볼 수 없다는 걸 더 아쉬워했다.
최근 중국 용정엘 다녀왔다.
올해 초, 한 출판사와 동화 계약을 맺은 게 있었는데,
원고 마감은 다가오는데, 나는 현장 답사도 못가고 다른 작가들에 비해 행보가 느렸다.
사무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중국 올림픽 때문에, 등등의 핑계로 늑장을 부리고 또 부리고. 올림픽도 끝나고,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어, 비자를 받는 것만 미리 준비해놓고, 바쁘게 비행기를 타고 날랐다.
9월 20일, 아직 서울 한낮엔 여름의 기운이 좀 남아있었다.
서울보다 북쪽인 중국 연길, 용정은 밤마다 추워 이불을 두개씩 덮고 잤다.
완연한 가을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 누런 곡식.
윤동주 생가와 명동교회, 대성중학교.
옛사람, 옛시인의 의 자취를 찾아 다닌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연길시 서점에서 산 책 몇 권(당시 민족운동이나 윤동주 시인에 대한 책, 조선족 동포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책 등)을 옆에 끼고, 햇살을 받으며 읽는 재미가 쏠쏠 했다.
윤동주 시인의 생가터는 한 책에서도 '무릉도원'이었다고 할 정도로, 사시사철 꽃이 피고,
주변에 높지 않은 산들이 둘러싼 아늑한 곳이었다.
지금은, 코스모스가 피어 오고가는 손님을 먼저 맞고 있었다.
시인이 쓴 시 <별 헤는 밤>의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거외다"처럼, 그는 관에도 넣어지지 못한채,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얕은 산에 묻혔다. 그의 시처럼.
그가 묻힌 언덕 위에 자랑처럼 풀이 무성하다.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내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둣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둣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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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10/07 16:49 | 그날 그때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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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읽긴 읽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제대로 윤동주 시인의 시들을 읽어보게 됐는데.
참 좋군요. 참으로...